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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public art magazine May

​퍼블릭 아트 5월호

우리가 잊어가는, 잃어가는 드로잉에 관하여
<PLAYING DRAWING: after drawing>전 


4.18-5.8 탈영역 우정국

익숙해서 ‘안다’고 생각하는 말이 있다. 이현수는 자신의 개인전 <PLAYING DRAWING>에서 ‘드로잉’도 그런 말 중 하나인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드로잉 전시에서는 감각적인 선으로 완성한 그림이 익숙하다. 이현수의 전시는 낯익은 드로잉 대신 낯선 드로잉을 다룬다. 전시장에서야 낯선 드로잉이지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드로잉이다. 작가가 작업을 구상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드로잉, 어린아이가 색연필이나 크레용을 꼭 쥐고 경이로운 세계를 놀며 그린 드로잉(PLAYING DRAWING)이 이현수의 드로잉이다.
일상의 드로잉은 식상한 상식이지만, ‘말랑말랑하게 변화하는 상태’의 드로잉을 ‘전시’하려는 시도는 신선하다. ‘유연한 상태’가 드로잉의 본질일지라도 ‘상태를 나타내는 드로잉’을 시각화하기란 까다로운 일이다. 작가는 종이에 펜이던 작업 도구를 확장한다. 인쇄할 때 흔적이 보이지 않는 연필(Non-Photo Blue Pencil)이나, 포장지에 ‘절대 굳지 않음(Never Harden)’이라고 적혀있는 유토와 같이 스케치나 구상 단계에서 사용하는 유연한 재료를 작업의 부분에 활용한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드로잉의 유연한 매체적 속성을 본격적으로 시각화하고자, 한 전시를 두 공간에서 연다. 서교예술실험센터의 <PLAYING DRAWING: before drawing>은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중인 생각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현수는 다양한 재료를 갖고 놀고 실험하며, 아이디어의 여정을 포스트잇에 옮겨 벽면에 잇는다. <아이디어 스케치> 작업은 책상과 벽면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채운다. <아이디어 스케치>에서 이전 드로잉은 이후 드로잉을 겹치고 포갠다.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이전 드로잉(before drawing)’은 탈영역우정국 <PLAYING DRAWING: after drawing>의 ‘이후 드로잉(after drawing)’에 다다른다. 두 공간은 원인과 결과로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사이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사이다. 드로잉에 대한 평면의 관념이 공간의 관념으로 옮겨갔지만, 아직 유연한 드로잉엔 이르지 못했다. 이현수가 꿈꾸는 드로잉은 공간에서 자유로이 움직이고 확장하는 드로잉이다. 작가는 매체를 빛과 중력으로 한 번 더 확장한다. 탈영역 우정국 지하에 놓인 <반짝이는 드로잉>은 피규어 거치대 위에서 프리즘이 회전하는 작업이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스펙트럼을 형성하며 지하 공간을 드로잉한다. 움직이는 빛과 스펙트럼은 공간 전체를 변주하고 확장한다.
놀이하는(playing) 드로잉이 연주하는(playing) 드로잉으로 변하는 순간, 미술가의 드로잉 관념은 음악가의 드로잉 관념과 포개지며 더 넓게 뻗어간다. <독무대>는 연주자 성열원이 핀 조명 아래에서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공연이다. 빛이 비추는 원형 바닥에 맞춰 폭죽 잔해를 쓸어내고, 연주자는 악기 소리에 집중한 연주를 시작한다. 이후 재즈곡에서 더블베이스가 맡은 부분만 들려주다가, 모든 파트를 한 악기로 연주하고, 공연하는 순간 떠오른 음악을 즉흥적으로 표현한다. 완성 없는 막연한 순간을 경험하도록 하는 더블베이스의 선율은 이현수의 드로잉을 빛나게 한다.
전시장 벽면은 텅 비어있지만, 공간은 드로잉으로 가득 차 있다. 각각의 드로잉들은 어떤 순간만 살짝 전한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사하려는 것은 “굳어지지 않은 상태로 무엇이 될지 모르는 무수한 가능성”의 순간이다. 그 순간을 상상하니 말랑말랑하게 반짝이는 어린아이의 드로잉이 떠오른다. 아이의 드로잉이 찬란한 이유는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아이가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어른에게서 사라져 간 드로잉을 아이가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현수 작가의 <PLAYING DRAWING>은 우리가 잊어가는, 잃어가는 드로잉을 환기하며 드로잉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생산한다. 그나저나 우리는 생각이 떠오를 때, 여전히 본능적으로 손을 움직이니 생각할수록 이 전시를 봐야 할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  정희영 독립기획자

​작업노트_ note

Based on the reference to the new possibilities of drawing today, I refer to dimensions, investigating how a drawing can cross over to inhabit 3 dimensional space.

The most important point of my drawing is conversation with particular environment-such sound, location, and atmosphere, among other factors.

I use the line to capture and absorb a present phenomenon, seeking to channel time and space into the realm of drawing.

 

Since I started to assume Drawing as a flexible condition, anything could be drawing. 

Playing Drawing series ask questions about what drawing is. This project series suggest expanded aspects of drawing, is not limited to specific mediums.